오랫 동안 벼르다가 화대종주는 아니지만 지리산 종주길을 다녀왔습니다. 나홀로 산행이었기에 배낭 무게를 줄이려고 집에서 놀고있는 버너와 코펠도 챙기지 않고 대피소의 햇반으로 떼웠는데, 퍽퍽하기도 하고, 쌀쌀한 날씨에 몸을 덥혀 줄 따뜻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다행히 2박 3일중 3끼는 맘씨 좋은 분들을 만나서 라면 국물과 김찌찌개를 얻어 먹는 횡재를 누리기도 했지만..
전날 오후 구례구역에 도착해 읍사무소 옆 목화식당에서 소 내장탕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읍내의 보석사우나(061-783-6660)에서 1박한 후, 9시로 예약해 놓은 노고단 정상 탐방을 하기 위해 6시 버스를 타고 성삼재로 올라가 산행을 시작하려 했었는데..
휴가 나온 해군 2명의 무지막지한 알람 소리에 3시경 잠이 깨, 4시 버스를 타고 올라가 계획에도 없던 새벽 5시에 헤드랜턴의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야등을 시작했더니 아무 것도 안 보이더군요. ㅡㅠ..
노고단 고개에 도착해 행동식으로 아침을 대충 해결하고 나니 6시가 조금 넘었는데, 9시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예약해 놓은 노고단 정상 탐방을 포기하고 종주 산행을 시작합니다. 혼자 가면 불편한 것도 많지만.. 일정을 내 맘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게 나홀로 산행의 최대 장점이지요..
남의 선 잠을 깨워서 일정을 망가뜨린 해군 2명이 노고단 돌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네요. 휴가 나와서 흥청망청하지 않고 산행을 즐기는 건실한 청년들..하지만 나에게는 애물덩어리..
천왕봉을 향한 출발점에서 고목과 새벽 안개가 어우려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군요.
어제 내린 비로 등산로가 촉촉하게 젖어있네요. 성질 급한 낙엽은 벌써 떨어졌고..
중첩된 산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운무가 잘 어우려져 멋진 풍경을 보여 주는데.. 똑딱이의 한계로 제대로 담아오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노루목 부근인데 산능선을 따라 단풍이 한창입니다.
반야봉 올라가다 암반에 앉아 잠시 쉬는데 자욱한 안개로 인해 마치 점묘화를 보는 듯 합니다.
배낭을 벗어 놓고 반야봉(1,732m)에 오르는 분들도 종종 있지만, 만에 하나.. 불상사가 생기면 오랫 동안 고대했던 지리산 종주를 포기해야 하기에 배낭을 짊어지고 헉헉대며 올라왔는데..
시야는 막혀있고 찬 바람은 불고..날씨가 도와주지 않는군요.
힘들게 올라온 게 억울해서 찬 바람 맞으며 기다렸건만, 역시 시계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그리고 경상남도가 만난다는 삼도봉
삼도봉에서 바라 본 반야봉인데 정상 부분은 운무에 덮여 있습니다.
화개재로 가다가 만난 아름다운 단풍
화개재에서 연하천으로 가는 도중에 제석봉의 고사목보다 훨씬 멋있어 보이는 고사목을 만났습니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벽소령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중첩된 능선과 봉우리 사이의 운무. 아마도 이런 것을 지리산 10경 중에 하나인 연하 선경이라 부르는 듯..
개성있는 바위와 단풍의 어우러짐이 좋군요.
아마도 연하 선경..
아마도 형제봉(?). 어느 분 말대로 아님 말구..
벽소령 쪽에서 바라 본 형제봉(?)
우뚝 선 절벽 사이로 난 등산로의 단풍이 멋있어서 한 장
벽소령 대피소에서 간식 먹고 세석으로 가다가 뒤 돌아서 한 장
드디어 천왕봉과 제석봉 그리고 장터목 대피소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구름이 걸쳐있는 봉우리가 천왕봉(1,915m)이고, 천왕봉 아래 민둥산처럼 보이는 봉우리가 고사목으로 유명한 제석봉(1,806m) 그리고 제석봉 아래 우측 골짜기에 장터목 대피소가 있습니다.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도 못하고 독 사진만 찍고 있는 부부의 사진을 찍어주고, 천왕봉(12시 방향)을 배경으로..
12시 방향에 개선문처럼 암벽을 관통하는 터널이 뚫려있는데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네요..
오르막 계단을 올라 와서 돌아보니, 개성있는 바위와 단풍이 잘 어우러진..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한데..명칭이??
영신봉 부근의 바위인데 언뜻 보면 곰이나 돼지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세석 대피소에서 바라 본 세석평전과 촛대봉(1,703m)
내일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새벽 5시경에 야등을 시작해야 하기에, 해지기 전에 장터목 대피소에 배낭을 벗어 두고 제석봉에 오릅니다. 불법 벌목 증거를 없애려고 불을 질러 죽은 나무들이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여러 고사목중 이 넘이 유달리 눈에 띄네요.
제석봉(1,806m)에서 바라 본 천왕봉(1,915m)입니다.
새벽 4시 55분경에 장터목 대피소를 출발해서 1시간 정도 부지런히 걸어서 천왕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일출 시간은 06:30분인데 6시 전후해서 여명이 밝아오고 있네요.
장터목 대피소 기온이 섭씨 1도 정도였는데 높이도 높고,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니 제법 춥네요.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삼대가 공덕을 쌓아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하산은 칠선계곡 내려가기(07:00~14:00)를 신청해서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의 안내로 하산했는데, 천왕봉에서 칠선계곡 통제소까지 4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통제소에서 추성리 주차장까지 2시간 정도 소요된 것 같습니다.
칠선계곡은 천왕봉 정상에서 비선담 부근 통제 데크까지 일반인의 통행이 금지된 특별 보호구역이기에, 중간에 대피소가 없으므로 행동식이나 도시락을 미리 준비해서 내려와야 합니다. 물은 1급수인 칠선계곡 물을 먹어도 되지만..(무단 출입시 과태료 50만원 부과되며, 정상적인 등상로가 없고 길이 험해서 길을 잃고 조난되기 쉬우니 객기를 부리시면 곤란합니다. 또한 중계탑이 없기에 휴대폰도 당연히 불통이라 조난시 구조 요청도 어렵습니다. )